“ 빌지 마, 내 가진 것은 오로지 악 뿐이니. ”
177cm|59kg
♬ https://youtu.be/5uF-f8glfzE
이 생에서 98년째를 맞이하는 지금도 이전과 비교해도 특별한 변화 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신경질적인 표정도, 빛이 닿으면 분홍빛을 반사하는 이질적인 청동빛 머리카락도 그대로. 달라진 구석이라곤 고집스레 자르지 않은 옆머리의 길이라던지, 이전에 비해 더 말라진 것 정도일까. 머리카락은 역시 거치적거리기는 하는지 종종 목에 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외에는… 50년 전과 다르게 새하얗게 타오른 동공과 미묘하게 맞지 않는 시선.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것은 여전해서 자세히 보지 않고서는 눈치채기 힘든 미미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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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스타는 왼쪽 발등에 새겨졌다. 제 발로 걷지도 않는 신의 발등에 새겨진 권능의 흔적이라니, 아이러니하기 짝이없다. 본인은 에피스타고 나발이고 마음에 들지 않기만 한 모양.
포르투나
Xrenon J Kalxelthemir
크레논 J 칼셀데미어
신성
Divinity
Wheel of Fortune
운명의 수레바퀴
상대의 행 불행에 관한 명운을 관측, 실체화한다.
행운과 불행은 명리와 순리 속 나비효과가 만들어낸 결과의 표현형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관측하고 때로는 비트는 것이 그가 가진 바 역할이며 능력이다. 손을 떠나 구르는 바퀴가 도달하는 종착지는 결코 완전한 우연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그의 신성이 증명한다.
실체화된 명운은 수레바퀴의 형태를 띄며 신성의 영향 대상에서 벗어나거나 그가 해제할 때 까지 현실에 존재하고, 동시에 물리력을 가진다. 그것을 가속, 감속하거나 방향을 비틀 수 있다. 그것으로 하여금 당초 흘러가야 했던 명운에 간섭해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거대한 운명의 줄기 자체를 변화시킬 수는 없고, 그 갈래를 소폭 제어해 나비효과를 유도한다. 또한 같은 방식으로 간섭한다 해도 언제나 동일한 결과를 보이지는 않는다. 수레바퀴는 일시적으로 그의 손 안에서 실체화되었을 뿐, 상대에게 귀속되어 있다. 그러므로 바퀴의 주인은 바퀴에 대해 인력을 가지며, 바퀴는 주인에게 회귀하려는 성질이 있다. 이 가속과 감속으로 얻은 행운과 불운의 총량은 동일해야만 한다. 단, 신의 명운은 실체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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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화한 바퀴를 이용한 물리적 타격. 비탈길을 구르는 바퀴처럼 가속된 자신의 불운에 의해 실제로 입어야 했던 피해보다 더욱 가중된 물리적 대미지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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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화한 바퀴를 통해 명운의 방향을 비튼다. 마찬가지로 상대의 불운을 가속해 입히려는 피해를 빗겨나가게 만들거나 약하게 타격하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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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고 새삼스럽지만, 자신의 명운은 관측 할 수도, 실체화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다.
아샤
Asha
Tivur
티뷰르
키의 형태에 가까운 금속질의 바퀴는 더는 바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코 지면에서 직접 구를 수 없는 구조를 갖춘 그것은 제법 육중해진 크기로 유유히 부유하고 있다.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강화 되었으며, 신성의 출력을 조절하고 실체화한 바퀴의 제어를 서포트하는 기능도 상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아샤의 주된 이용방식은 여전히 탈것이지만.
성격
Personality
[ 피로한 채 괴팍한 · 나태하다 못해 지쳐버린 · 흥미 잃은 · 악성 · 심사가 뒤틀린 ]
“그리 변하시지 않았어요. 하지만 변하셨죠.”
01.
방관자 스러운 태도도, 개차반이라는 단어가 저를 위해 만들어 졌다는 듯 딱 들어맞는 지독한 성격도, 거친 손속과 섬세하지 못한 행동거지도, 제 성미에 맞지 않는 거슬림에 꼭 한 마디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도 여전하다. 다만 목소리를 높여 윽박지르던 때와는 달리 무겁게 다그치거나, 조용히 타이르듯 하게 된 것이 조금 달라진 부분 중 하나.-물론 타고난 성질머리는 죽어도 못 이긴다고, 상냥함의 티끌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여전하다- 흥미본위로 사고를 친다거나, 타자의 운명을 구경하는 데에서 낙을 찾는다거나, 소란스러운 곳만 골라 찾아다닌다던지 하는 모습들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변덕을 부려 무언가에 갑작스레 골몰하기 시작하거나, 관심이 동한 누군가와 내기를 하는 모습 역시도 보기 어려워 졌으니 변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여담으로, 신도들은 이런 모습을 생각보다 반기는 듯 했다. 일을 벌리질 않으니 수습할 것도 없어져선 간혹가다 부리는 패악질만 견디면 되었기 때문에.
“결코 뒷면이 나오지 않는 코인토스를 그 누가 기대할까.”
02.
이제는 흥이 날 것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지루하기 짝이없다는 듯 굴었다. 원래도 그다지 세상을 재미있게 여기지 않았던 것은 알 만 한 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이제는 기대조차 않는 듯 한 시선을 던진다.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탈력감에 젖은 짙다 못해 새까만 울분. 너희는 행운과 불운에 연연하고 마는 속절없는 존재이고, 98년동안 유의미한 변화는 보인 적이 없으며,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할 만큼 너무 많은 동전 앞면만을 봐 왔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늘어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늘고, 그저 신전에 콕 박혀 있거나 하릴없이 돌아다니다 안면이 있는 신들을 다짜고짜 찾아가기도 하며,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는 했다. 딱히 열과 성을 다해 괴롭히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썩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닌지라 원성을 듣는 듯.
“남은 것은 오로지 악의 뿐.”
03.
날카롭게 벼려진 신경줄로 긁어내는 듯 부리는 고약한 짜증은 5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가시돋친 부분을 두들겨 둥글게 압축하고, 무뎌진 채 육중하게 내리누르는 악의로 변질되었다. 그것이 어디로 향하는가 하면 어느 날은 이 행성인 듯 했고, 어느 날은 태초의 삼신인 듯 했으며, 어떤 때에는 그저 모든것이기도 했다. 그것에 대해 입을 쉬이 놀리는 일이 없는 데다, 그 악의의 창끝이 어느 한 타인을 향하지도 않으니 정확히 어떠한 악을 품고 어떠한 분노를 끓여내는지, 거슬림을 갈아내는지 알 길은 없었다. 지극히 피로하게 가라앉은 채 이를 가는 모습만 가끔 차마 다 갈무리하지 못한 듯 보이고 마는 것 외에는.
기타
Etc
제 10 대재앙 이후
01.
본인의 희망사항은 셀라가 해산한 뒤 바브리치의 신전으로 돌아가 몇 년 쯤 잠만 퍼질러 자는 것이었지만, 공교롭게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재앙 덕분에 그렇게 처박혀 있을 수만은 없었더랬다. 애시당초 혼란한 세상에 재밋거리가 있을 리도, 볼 만 한 내기판이 생길 리도 만무하니 그의 고약한 기행은 한동안 멈춘 채였다. 아니, 의외로 한동안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재앙이 늘어나 시끄러워 진 세상과 반비례해 그는 건드리지 않으면 꽤나 조용히 지냈다는 이야기. 게으름이 극치에 달했다기엔 신경질을 내면서도 재앙을 상대하는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으니 무슨 일인가 싶을 노릇.
그 이후 11 대재앙이 다가올 때, 그를 아는 자라면 경악할 만 한 사건이 벌어진다. 출전하기 귀찮아서, 혹은 저를 들어옮기는 짐꾼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 신전 구석탱이에 처박혀 있던 지난 소집때와 달리 스스로 준비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모양. 이를 보고 한 신관이 지극히도 불경하게 말하길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된 것이라던데...”
뵈는 게 없는
02.
근 20년 사이부터는 눈이 썩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보이는 것이 다른 이들보다 한 겹 많았던 탓이기도 하고, 그냥 애초에 타고나길 빛에 취약하기도 했다. 선글라스의 모양새는 순전히 취향이다만 아주 멋으로만 끼고 다녔던 물건은 아니었던 것. 늘어난 재앙을 상대하며 일상적이지 않은 빛이 계속해 눈을 괴롭혔던 게 제법 문제가 되었던 듯 하다.
결과적으로 현재 그의 시야는 대체로 뿌옇게 흐려 실루엣과 명암을 인지하는 수준에 그친다. 어차피 명리가 굴러간 바퀴자국 만큼은 선명하기 짝이 없으니 그것을 보면 누군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더해서 어차피 저에게 짓는 표정 쯤은 거기서 거기일테니 보지 못해도 별 상관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늙은이가 눈 안 뵈는게 뭐가 그리 특별한 일이냐고 말하기도 하고. 유일하게 조금 불편하다 여기는 것은 글자를 읽으려면 눈을 종이에 바싹 붙여야 한다는 점.
그 외에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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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해 아주 모질게 굴지만은 않다. 모질기도 귀찮아진게 아닐까 추측된다…. 그마저도 물론 안면이 있던 신에 한해서 인데다 살갑다고 말할 만 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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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제 발로 걷지 않는다. 인간들 틈바구니에 섞여 도락을 즐기는 것도 거의 관두다시피 했으니 하루 중 바퀴에서 내려오는 때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에도 바퀴에 기어이 올라가고 마니 이러다 다리 근육이 퇴화하겠다 싶은데…. 저가 걷지 않겠다는 것을 어찌 억지로 걷게 하랴. 내려놓으면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니 어지간히 그냥 내버려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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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상태가 구려지고 난 뒤 부터는 예민함이 하늘을 찌르는 때와 과하게 덤덤한 것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 그 때문에 돌았다 돌았다 했지만 드디어 미친게 아니냐는 평을 간혹 듣곤 한다. 아주 부정할 만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딱히 반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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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르는 과거의 기록은 별 신경을 쓰지 않으나, 이 생을 살며 기억하게 된 모든 것에는 제법 연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