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0년, 제 1 기원재앙 이후로 플로리타에는 꾸준히 대재앙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재앙이 일어나는 주기는 불규칙하며, 인류의 지식과 기술로는 그 주기를 명확히 밝혀낼 수조차 없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평화만을 노래하며 현실에 안주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세계에는 또다시 변혁의 바람이 들이닥치고 있었으니까요.
첫번째 재앙은 야속하게도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약 4000년간의 시간 속에 세 번의 대재앙이 다시금 들이닥쳤습니다. 네 번째 대재앙 이후, 신들은 셀라를 창설하여 인류와 세계를 보호하고자 했습니다. 인류는 하늘을 여섯 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체계를 정립하였으며, 신들에게 자신들의 마공학으로 제작한 무기, 아샤를 제공하였습니다.
누군가는 희망을 보았다 말합니다. 아샤를 손에 쥔 신들은 이전보다 강력한 힘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재앙을 물리치는 일도 수월해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기록이, 학자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했습니다. 모든 재앙의 소멸, 영원한 평화와 안온의 세계.
그러나, LL4703년.
제 5 대재앙과 함께 여섯 개 중 하나의 구역이 통째로 증발합니다. 증발이라 부르는 이유는, 말 그대로 플로리타의 그 어디에서도 사라진 구역의 클랜에 대해 어떠한 형태의 정보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록에 더해 기억까지 전부 소실된 것입니다. 인류는 그나마 사라진 클랜에 대한 기억과 기록만 잃었으나 신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여, 제 5 대재앙 이전의 모든 기억들이 희미해지거나 사라졌습니다.
유례없는 이상현상이었습니다. 모두는 상황을 낙관하던 안일한 마음가짐을 버리고 재앙의 대비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제 6 대재앙부터 제 8 대재앙까지는 다양한 재앙의 전조가 발견되었습니다. 신의 예언, 생물의 갑작스러운 동식물의 갑작스런 죽음, 하늘에 떠오르는 기이한 형상들···. 그러나 이것들이 확실한 전조임을 알 방도는 없었습니다. 실제 대재앙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저 예측일 뿐, 확실한 사실이라 결론짓기에는 표본의 수가 너무나도 적었습니다. 그러나 불명확하더라도 전조를 살피고 대비하였기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은 자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제 8 대재앙이 LL5771년에 나타난 이후 산재한 재앙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생존의 위협이 거세지자 인류는 더더욱 신들의 보호를 갈구하며, 신의 힘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신들 역시 이에 화답하여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했습니다.
아홉번째 대재앙은 굉장히 특수했으며, 잊혀져 가던 역사 속의 악몽을 되살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제 6 대재앙부터 제 8 대재앙까지, 3번에 걸쳐 관측된 전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당시의 관측 기술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전조였을지도 모르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재앙들이 그 전조였을 수도 있겠으나··· 이런 추측이 얼마나 유의미할까요? 관측되지 않은 전조는 결국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갑작스러운 대재앙의 발생이었지만 신들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를 막아냅니다.
그로부터 115년 뒤인 LL6021년, 현재.
세계에 다시금 재앙의 전조가 나타났습니다. 순식간에 검붉게 물들었다가 본래대로 돌아오는 하늘은, 어디로 보나 평범한 자연 현상은 아니었지요. 이를 알아챈 신들은 이 기묘한 현상이 재앙의 전조라 확신하고, 셀라로서 다시금 한 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다가올 대재앙을 막아내기 위해.
신이시여, 우리의 유일한 하늘을 지켜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