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만났네, 내 이름은 기억해?”
따가운 햇살과 맑은 하늘은
여전히 부슬부슬하게 만져질 것 같은 얇고 하얀 모발의 사이사이에는 쨍한 푸른빛이 섞여 톡톡 튀어나왔다. 더이상 머리를 땋아 묶지 않았으며, 이전보다 한결 짧아진 머리카락은 뒷목을 덮었다. 그에 반해 깡뚱하던 앞머리는 길러 속눈썹과 스칠 정도가 되었다. 두 눈은 말 그대로 밤하늘을 담은 듯, 깊고 어두운 청보라빛에 반짝이는 빛이 점점히 박혀 있었다. 정돈되지 않은 속눈썹은 길게 뻗어 눈을 깜빡일 때면 눈동자에 그늘이 스쳤고, 얇은 입술은 일자를 지키며 미소를 지을 때면 예전의 호선을 보였다.
미성숙한 아이에서 벗어나 이제는 성년과 청소년 사이의 어중간한 모습을 띄고 있다. 왼손등에는 자신의 에피스타가 그려져 있으나, 변형 없이 단정하게 착용한 셀라의 의복에 더해 반장갑을 끼면서 이를 가렸다. 50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증명주듯, 부드럽던 몸선은 길쭉하게 변해가고 날카로워졌다. 4, 5년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으나 그에 쏟은 노력을 증명하듯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사이사이 박혀 있다.
그의 외형에서도 특히 두 눈은 오페롬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상징이기 때문에 꽤나 유명하다.
오페롬
Vera
“...아니, 베라라고 불리는 게 싫은 건 아니야..”
베라
173cm|58kg
신성
Divinity
meteoric shower
流星雨유성우
│ 별이 추락하는 밤, 그날에는 유성우가 내렸다.
아샤를 사용해 자신을 중심으로 주변 환경을 우주화(宇宙化)한다.
우주를 펼치는 듯한 작업으로, 원형 혹은 타원형으로 우주와 닮은 이공간을 연결하는 포탈을 생성해 별을 내려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별 하나하나의 위력이 상당한 데다가, 담고 있던 빛을 쏟아내듯이 한 번에 수많은 양의 별을 사용하기 때문에 재앙을 상대할 때는 상당한 전력이 된다고 평가받는다.
사용하는 별의 양은 스스로가 조절할 수 있는데, 별 자체의 위력보다는 쏟아지는 속도에 위력이 붙는 것이기 때문에 별 그 자체는 신에게든 인간에게든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간혹가다 별 한두개를 꺼내 인간 아이들과 놀아주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가 싸우는 모습을 본 이들이면 이런 그는 마치 다른 사람 같다고 이야기하고는 하는데, 유성우를 쏟아낼 때는 빛기둥 같이 환히 밝히던 것이 아이의 손바닥 위에서는 얌전하게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이 되는 모습은 동일한 신성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고 한다.
아샤
Asha
밤하늘을 압축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그의 아샤는 양 팔로 감싸안으면 조금 남을 정도의 단면을 가진 완벽한 구 형태를 띄고 있으며, 사용한 후에는 행성의 고리처럼 반짝이는 가루가 떠다니고는 했다. 그는 자신의 아샤를 ‘공’이라 표현하고는 했는데, 이 ‘공’은 스스로가 둥둥 떠다니는 힘이 있다. 다만 성장한 베라에게 공은 더이상 가지고 놀 만한 것이 아니었다.
성격
Personality
겨우 손바닥만한 구름의 작은 움직임에도
:: 한 걸음 물러난, 혼란스러운 가시, 그럼에도 다정한 ::
“나도 네가 보고 싶었어.”
여전히 그는 낯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예전처럼 무작정 들이받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전보다는 타인에게 무심했으나, 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여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상대를 구경하고는 했다. 언제나 외치고, 달리고, 행동으로 옮기던 것과는 달리 대개 차분하고 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을 아쉬워하는 이도 있었고, 반가워하는 이도 있었다. 종종 그의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에 어색해하거나 잠시 알아보지 못하는 이도 나타나고는 했다.
“...괜찮다니까. 나도 잘 몰라.”
그는 간혹가다 스스로를 혼란에 빠트리고는 했다.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으나, 스스로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목적을 잃는 모습을 보였다. 이럴 때면 평소와는 달리 까칠하고 예민한 면모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다른 이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아서 평소보다 다른 이들과 거리를 두는 편이다. 스스로도 그런 자신을 조절하기 위해 마음이 복잡할 때면 바이올린을 켜는 습관이 생겼다.
“...미안해. 그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이전보다 예민해지고 까칠해진 모습의 너머에는 여전히 (대부분에게 그랬던 것처럼) 상대를 기쁘게 해주고자 하는 오페롬이 남아 있었다. 이는 습관일 수도 있고, 그저 그의 본성일 수도 있었다. 그는 여전히 상대방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좋아했고, 사람을 만날 때는 되도록이면 변함 없이, 50년 전과 똑같이 대하고자 노력했다.
기타
Etc
금세 사라지고는 했다.
0. OPERAM
환생한 곳은 탄(AA005-THN)이나 거의 태어나자마자 셀라에 가입했기에 제대로 정해진 거처가 없다. 다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 것이, 신이기도 하거니와 그의 신전이 없는 곳을 찾는 것이 도리어 빠를 정도로 신전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고, 사라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타나 그의 성격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했다. 그렇다고 신도의 수가 많은가?에 대한 질문을 가진다면 확답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의 신전은 화려하지만 서늘해 머무는 이가 적었고, 그의 신도들은 보통 어린 아이들이나 늙은 노인, 아니면 자신의 삶을 짧고 화려하게 불사르는 이들이었다. 어린 아이들은 나이를 먹고, 철이 들면 오페롬의 신전을 떠났고, 다시금 돌아온 늙은 노인들은 그와 오래도록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 밀물과 썰물처럼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신도의 수는 일정치 못했고, 때문에 환생 이전의 셀라 또한 한 곳에 오래 정착하는 것이 아닌, 여러 클랜에 위치한 신전을 자유롭게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오페롬, 그의 신앙은 무엇인가? 그의 신앙은 무척이나 단순했다.
현재를 살고, 나를 숭배해.
그의 재물, 신도들에게서 받는 것은 정말이지 그다웠는데, 그저 매일 신전에 찾아오고, 함께하는 것이었다. 일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기에 식생활은 보통 늙은 신도들이 가져오는 빵, 수프나 어린 신도들이 가져오는 군것질거리, 혹은 자신을 불사르고자 하는 신도들이 바치는 그라운드로 해결하고는 했다.
0-1. 50 YEARS
셀라의 해산 이후, 한동안 재앙이 범람한 곳을 도와주는 겸 이리저리 여행을 다녔다. 신전이 많으니 숙박은 걱정할 것도 없고, 정 여의치 않으면 아는 신의 신전을 찾아가 무작정 묵게 해달라 우기고는 했다. 재앙이 줄어든 LL 6050년경의 안정기 이후, 비교적 늘어난 시간에 심심해 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략)
LL 6055년, 티리아의 오페롬 신전, 신도와 함께하는 시간을 줄이시다. 몇몇 신도들이 기도하는 자신을 지켜보는 오페롬님을 발견하고 반갑게 맞이하나, 이를 피해 들어가시다. 직접 작성하시던 기록을 신도에게 맡기시다.
LL 6055년의 어느 날, 모든 신전의 문을 닫고 떠나시다. 저 또한 기도를 올렸으나, 당신께서 듣고 계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오페롬 님.
.
.
LL 605X년, 간혹가다 일부 지역에서 오페롬 님의 목격 소식이 들려왔으나, 아직도 신전은 열리지 않았다.
1. CELLA
그는 자신이 신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고,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 속에 섞이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편이었다. 그런 그가 셀라에 매번 소속되는 것은 신기한 일은 아니었다. 결코 얌전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으며 호전적인 성향을 지닌 데다가,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셀라는 단연코 완벽한 무대였다. 그의 신도들은 그가 더이상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제 5 대재앙 이전의 셀라에도 소속되었었을 거라 추측하고, 확실한 것은 그가 그 이후 살아있을 때의 모든 셀라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소속되지 않았던 셀라는 제 9 대재앙의 것이 유일한데, 해당 시기의 오페롬은 환생했는지 여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당시에 환생하지 못했을 것이라 추측하는 이가 대다수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LL5771년의 제 8 대재앙 당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오페롬이 200년이 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에 관해서 제 8 대재앙에서 사망한 충격으로 겁을 먹어 제 9 대재앙에 참전하지 않은 것이라는 추측 또한 제기되고 있다.
1-1. CELLA?
부르지 않아도 나서던 이전과는 다르게, 가장 늦게 셀라에 참가한 신들 중 하나이다. 셀라에 와서도 크게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으나, 재앙과 싸울 때만큼은 마지못해서라도 제대로 참가하고 있다.
2. THAN, AA005-THN
그가 눈을 뜬 곳은 하필이면, 탄에서도 일반인 구역이었다. 신임을 숨기지 않는 그의 특성상 중앙회는 그의 존재를 인지하자마자 곧바로 그를 신들의 구역으로 이동시켰다. 베라, 오페롬은 탄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늘 신도들과 함께하고 어울리는 그의 특성상 신과 일반인을 분리해놓는 탄의 중앙회는 일종의 눈엣가시였다.
2-1. 1, 2, 3. FIGHT!
그들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신을 어찌 눈엣가시로 여기지 않았겠는가. 여행의 초반, 아직 어린 모습으로 철없이 돌아다니던 시절. 신임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탄의 일반인 구역에 들어가겠다 억지를 피운 신이 있었다. 몰래 들어가려던 것이 걸리고서도 마치 어린 아이가 부모에게 장난감을 사달라 떼쓰듯 한 모습에 중앙회는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버리기에 이르렀다. 이후 탄에 방문할 때마다 중앙회의 감시를 받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서로 쌓인 감정이 그리 좋지 않다.
3. LIKE<>HATE
“날 좋아해주는 거. 그건 아직도 좋아해.”
“...싫어하는 거는, 글쎄? 사실 모든 이들한테 관심을 받을 필요는 없던 거니까. 너만 나를 좋아해 주면 돼.”
4. VIOLIN, BOOK?
50년이란 세월을 살아오면서, 이 신에게는 공놀이가 아닌 취미가 한 가지 생겼다. 바로 바이올린 연주와 얇고 낡은 책 한권의 독서.
어디서 났는지 모를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하는 모습은 쓸쓸해 보이면서도 위안을 얻는 듯해 보였다. 어딜 가든 이 바이올린 케이스와 책 한 권은 반드시 챙겨 다녔으나, 책의 경우 읽다가 던지는 등 크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이 책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일기’라고 얼버무리고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