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하, 뭘 봐. 구경났니? ”
(@rapicm_o3o님 커미션)
헝클어진 녹발은 대충 위로 올려 묶는다. 싱그러운 색의 머리카락은 윤기나며 찰랑거리지만 대충 손으로 긁어모아 매듭지은 모양새는 형편 없다. 자색 눈동자는 속눈썹 아래 빛 없이 숨겨져있다. 처진 눈매와 별개로 생기없이 죽은 눈동자 때문에 그 자체로는 눈에 띄는 색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베아트리의 인상을 무채색과 같은 분위기로 만들어버렸다.
뼈대가 두드러지게 보일만큼 얇쌍한 몸은 길쭉했지만 평소 습관탓인지 약간 구부정했다. 소심하게 움츠린 모양새라기 보다는 운동부족과 장시간 같은 자세로 일한 탓이다. 약간 삐딱하게 서있는 이유는 삐걱거리는 골반과 굳은 어깨근육 때문으로 습관적으로 어깨를 주무르고 돌리는 등의 스트레칭을 하지만 별로 소용은 없는 모양이다. 남이 어깨를 만지면 아프다고 기겁을 했다.
미사여구가 생략된 단어 선택과 돌려 말하는 것을 싫어하는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하지만 베아트리스의 약간은 느리고 말끝을 늘리는 버릇덕에 날카롭지는 못했다. ‘~니?’, ‘~구나.’라는 말투의 효과도 클 것이다. 베아트리스는 그것이 오래전 누군가에게서 받은 조언 때문이라고 했다.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계속 사용해 왔던 것이 버릇처럼 굳어버렸다.
167cm|50kg
프로세르피나
Beatrix
베아트리스
신성
Divinity
Verdure
신록
그게 무엇이든 대상 위에 싹을 틔운다. 생명을 발아한 것은 자신이 뿌리 내린 것의 생명력을 빨아들여 자라 난다. 자라날 수 없는 곳에 싹을 틔워 버린 것들의 집념은 끈질기다. 창을 던져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마치 창 그 자체를 피워내는 것 같다.
아샤
Asha
Pitcher
물병
두 뼘 높이의 양 손잡이가 달린 흰 물 동아리. 쉽게 깨질 것 같은 도자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이기 때문에 아주 단단하여 집어 던져지는 일이 있어도 부서지지 않았다.
아샤 그 자체만 보면 단순하고 보잘 것 없어보이지만 베아트리스의 아샤는 그와 함께 있어야 온전한 힘을 발휘했다. 베아트리스의 역할은 그 안에 신성으로 물을 담아내는 것. 그 물병에서 나온 한방울의 물로 씨앗은 싹을 틔우고 자라고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었다.
그의 신성은 식물을 틔어내는 것이 끝이었다면 아샤 안에 담겼다 물의 형태로 나오게 된 그것은 생명력 그 자체였다.
성격
Personality
“나한테 바라는 게 있니? 괜찮아, 괜찮아. 말해도 괜찮단다.”
“볼일이 있는게 아니라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왔다갔다 하며 귀찮게 굴지 마렴.”
“아하하, 혹시 그거 농담이니? 최근 들었던 것 중에 가장 멍청한 말이였어. 웃기려고 한거지?”
베아트리스는 타인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선호했다. 타인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었다. 그는 호불호가 명확했고 관심없는 주제에는 지루하다는 티를 잔뜩 냈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나 굳이 힘들게 주의를 기울여 상대를 대해야 하는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그는 당신을 극히 가볍게 상대할 것이다. 그걸 당신이 예의없다고 느낄지, 거리감이 없다고 느낄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베아트리스는 네게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베아트리스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지독하지만치 무덤덤한 성향인 탓에 비의도적으로 배려 없는 언행을 저질렀다. 베아트리스는 자신이 그렇게 대해진다고 해서 딱히 상처받을 것 같지 않았고 그래서 남들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베아트리스가 관대하다는 건 당신이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가시덩쿨이고 독초이며 넓은 숲이다. 멀리서 본다면 베아트리스는 당신에게 아무런 해도 끼칠 수 없으며 당신도 그에게 아무 영향도 줄 수 없다. 다만 가까이, 깊숙이 들어오게 되면 가시에 찔리고, 독에 당하고, 깊은 숲에서 길을 헤맬지도 몰랐다. 베아트리스는 꽤나 신경질적이고 독선적이며 자기멋대로 였다.
따라서 타인의 말과 행동에 큰 관심도 없고 관여도 하지 않지만 베아트리스의 신경을 건드린다면 화를 입을 수 있다. 베아트리스가 무언가에 무던하고 유하게 구는 이유는 그것이 그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피해를 입혔다면 그 개자식을 조져버려야했다. 그는 발화점이 높았지만 화를 못내는 성격이 아니다.
기타
Etc
프로세르피나
_식물, 씨앗의 발아와 생장
작게는 식물 크게는 움트는 생명력을 상징했다. 그의 신성은 식물을 틔워내고 자라게 하는 생명 그 자체였다.
_약학
그 전까지 단순히 식물의 신으로 불리던 프로세르피나가 다르게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제 5 대재앙 이후 아그네스라는 이명을 가진 환생 이후였다. 아그네스는 자신의 신성을 고작해야 싹을 틔워내는 일에서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 혼자 신성을 이용해 생명력을 뿜어내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신성을 이용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식물을 길렀다. 약초, 허브, 마취와 진통을 위한 소수의 독초들. 이 일은 그의 신성와 아무 관련이 없는 노력과 시간을 요하는 행위였기에 이후의 환생에서 약학 연구를 지속하는 것은 아그네스의 의지의 조각에 가까웠다.
케네비라스_케네비라스의 가장 깊은 숲에 거주하며 외부로의 외출이 매우 드물다. 케네비라스의 특성상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나 그녀의 거주지 주변은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빽빽하게 나무와 덤불로 뒤덮여 있다. 그녀의 신전은 바로 그 숲 속에 존재했지만 접근성과 복작이는 것을 싫어하는 그녀의 성격 탓에 도심 지역에 따로 또 하나의 신전이 존재한다.
신앙_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교리는 매우 자유롭고 느슨하다. 지켜야 할 것은 단 하나 ‘시드는 생명을 되살리라.’ 프로세르피나의 신도들은 사제라기 보다는 약제사에 가깝다. 따라서 신의 현신의 위치도 숭배받는 신이라기 보다는 위대한 스승에 가까운 편이다. 신전에는 기도를 위한 제단 대신 약초를 생산하기 위한 온실, 배합을 위한 연구실, 공부를 위한 도서관이 있다.
신도_다만 그들도 케네비라스의 시민인지라 신을 가까이에서 모실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는 간간히 숲에서 나와 그녀의 신도들을 마주하는데 가장 재능이 있어 보이는 신도에게 개인적인 가르침을 하사한다. 그녀에게 신도들은 자신을 숭배한다며 귀찮게 구는 머저리고, 동시에 멍청한 제자들에 가깝지만 단순히 믿음 뿐만이 아니라 약학의 지식도 길러야 하는 그들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가 가장 귀애하던 제자는 그녀의 집에 머물며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지만 기록만 남아있고 베아트리스의 기억에는 없는 아주 오래전 일이다.
환생_약학이란 지식에 기반해야 하는 일이다. 무엇을 틔워내고, 어떻게 배합하며, 누구에게 쓸 것 인가. 환생 후 신의 현신체는 우선적으로 부탁해 둔 신에게 기억의 단편을 받고 자신이 쓴 연구서를 공부 한 후, 신도들의 연혁-이 또한 논문에 가깝다-까지 숙지한 이후 이명을 받고 활동을 시작한다. 이 과정은 적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걸렸다.
그에겐 이제 신성보다 기억이 중요할 지경이었다. 다른 경험들 따윈 상관없다. 그녀는 항상 주변 신에게 부탁했다. 내가 환생한다면 내 기억을 되살려줘. 내가 쌓아올린 지식을 허공에 흩뿌리지 않게 도와줘. 기록을 보고 다시 학습하는 건 너무 오래걸려. 왜 그렇게 그 지식들에 필사적인지는 그 자신도 알지 못하는 기묘한 집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