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죄 짓고 죄 받지 못한 이를 위해 감히 기도하겠네. ”
은백색 머리칼과 하늘색 눈동자의 색소가 옅은 소년. 곧게 뻗은 눈썹이나, 그 사이에 때때로 지는 구김이나, 치켜 오른 눈초리나, 굳게 닫힌 입매가 그 성정 짐작케 한다. 단정한 얼굴 아래로 말끔한 순례복이 제 품에 꼭 맞아 가붓한 맵시가 드러났다. 허리띠에 달린 것을 제한 버클은 신축성 있는 직물로 대체하고, 외투의 기장을 무릎 위로 올라오도록 조절했다. 짧게 자른 뒷머리 아래에 역방향으로 에피스타가 새겨져 있다.
피르무스
Arsen
아르센
161cm|49kg
신성
Divinity
Divine punishment
천벌
신성한 벼락을 다룬다.
아르센이 신성을 발휘하면 그의 육신에 흐르는 푸른 벼락이 신체 능력을 두루 활성화한다. 이 강화 효과는 어디까지나 신성으로 잠재되어 있던 권능을 일시적으로 깨우는 것이므로, 그 본체와 그와 같은 특성을 지닌 아샤에게만 효력이 있다. 거룩한 벼락이 그 본질에 걸맞은 육신을 되찾을 제, 피르무스의 눈동자는 멸망의 바다보다 선연한 푸른 빛으로 변모할지어다. 이에 미물은 감히 마주하지 못하니라.
뇌화 상태에서는 자신의 신체를 대상으로 약간의 염동력을 발휘할 수 있어 움직임을 보조하는 데에 활용한다. 염동력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공중에 가만히 떠 있거나 강화된 도약력과 염동력을 결합하여 일순 날아오르는 것 처럼 보이는 정도는 가능하다.
아르센이 신성을 발휘할 때 약간의 방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뇌화 상태에서는 이를 제어 할 수 있어 푸른 벼락을 자신의 육체를 중심으로 방출한다. 방전 도중에는 딱 그 만큼 강화 효과가 저하되므로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발휘한다. 이 벼락에 닿은 만물은 백색의 재로 수렴한다. 아샤가 방출하는 벼락은 공격의 용도로, 본체가 방출하는 벼락은 방어의 용도로 주로 이용된다.
아샤
Asha
그의 아샤는 여섯개의 창이다. 피르무스 교단의 사제들은 피르무스가 빛으로 돌아갈 때 남긴 푸른 나뭇가지를 마나를 사용해 단순한 막대의 형태로 가공한다. 그의 아샤는 여섯개 모두 크기나 재료는 다른 것이나 그것과 같은 형태를 하고있다. 창의 길이는 각각 아르센의 키와 같다. 표면이 불규칙하게 다듬어져 있어 여섯개가 동일하지는 않으나 쉽게 구별할 수는 없다. 신성을 주입하지 않을 때에는 백색을 띄나 푸른 벼락을 주입하면 뇌화 상태의 눈동자와 같은 빛깔을 띄어 이 현상 역시 뇌화라 부른다.
뇌화된 창은 손에 쥐고 직접 휘두르거나 염동력으로 주위에 띄워놓고 보조하거나 특정 위치에 고정하여 백업으로 사용한다. 여기서 백업은 뇌화된 대상은 마주보고 작용하는 염동력에 효과적으로 반응하므로, 백업용 창의 위치로 아르센이 빠르게 이동하거나 백업용 창과 다른 창 사이의 적을 꿰뚫는 용도로 활용된다. 또한 창을 꼭짓점 삼아 만들어진 도형 안에 방출된 벼락을 가둘 수 있게 되었다.
창이 지나간 대기에는 한동안 푸른 빛이 기묘하게 감돌았다.
21년의 공백 뒤에 셀라에 나타난 아르센은 이전처럼 아샤를 들고 다니지 않았다. 사용하지 않을 적의 아샤는 옆구리에 좌우 3개씩 찔러 넣어 보관한다. 딱히 물리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수납되며 사용할 적에는 같은 자리에서 뽑아낼 수 있다. 아샤와 결합한 상태에서는 그 위치에 새하얀 표식이 떠오른다.
성격
Personality
강직한, 확고한, 책임감
" 그렇게 할 순 없소. "
타고나길 꼿꼿하고 곧은 품성이 사람답지 않다. 구원한 하늘과 같은 눈동자는 삿된 감정에 흔들리는 법 없고, 경건한 목소리는 뇌성과 같이 꾸밈 없는 진실만을 고한다. 만인에게 엄격하여 미움을 사거나 지나치게 청렴하여 손해 보는 일 적지 않으나, 정작 본인이 개의치 않는 모양.
" 나라도 그렇게 하겠소. "
스스로의 판단에 확신을 가지고 한 번 디딘 길을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 이미 길 위에 오른 뒤에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다. 그 판단 역사가 보증하나 담보는 온데간데 없으니, 불완전한 조각인 그가 어찌 오늘 실수하지 않겠는가? 물론 태초부터 그를 움직이는 것은 단 하나, 천명이다. 자연히 순례길에 오른 형제와의 다툼이 불거지는 일은 흔치 않다.
" 내가 해야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이니 당연하오. "
천명에 의거하여 해야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은 한다! 그에게 있어서는 신의 환생 만큼이나 당연한 이치. 이에 어떠한 의문도 따라오지 않는다. 다행히, 해야하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단, 대체로 할 수 있게 만들어 버리는 편이니 주의할 것. 그 반작용인지 해야하는 일 밖의 것에는 좀처럼 마음 주지 않는다.
기타
Etc
[투신 피르무스]
피르무스는 하이젤의 의지로 태어난 투쟁의 신이다. 그의 천명이 시사하듯, 그의 본질은 하이젤의 창 그 자체이다. 그의 신성은 가장 공격적인 부류에 속하며, 신성을 담은 그릇 또한 가르치지 않아도 싸우는 법을 알았다. 명실상부한 전투의 천재가 투신 피르무스였다. 예로부터 아이라에는 그 힘을 두려워하여 신앙과 관계없이 아이를 겁줄 때 그를 언급하는 관습이 있을 정도였다.
그는 언제나 푸른 낙뢰와 함께 태어난다. 낙뢰는 그의 신성이 발휘되는 방식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 천벌이라는 명칭은 이를 보고 지어진 것이다. 가장 최근에 관측된 푸른 낙뢰는 LL5980년.
전승에 의하면 최초의 탄생부터 현생에 이르기까지 드물게도 변치않는 모습으로 현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에게 널리 알려진 이명 또한 수십 번의 환생을 통틀어 단 두가지로. 최초의 이름은 자이이고 이후 어느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르센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언제나 푸른 나뭇가지를 남기고 빛으로 돌아간다.
*최초의 육신을 아이라고 묘사한 문헌이 있어 환생을 거듭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단, 명확한 기록이 남아있는 셀라의 창설 이후로는 모습이 변치않음.
[피르무스 교단]
곱표를 그리며 교차하는 세 쌍의 푸른 나뭇가지가 상징. 신성시하는 물건은 푸른 나뭇가지와 하얀 재.
그는 언제나 앞장서서 재앙을 구축한 신들 중 하나이다. 재앙이 반복되면서 그를 믿는 교세는 자연히 왕성하였고 각지에서 크고 작은 신전이 세워졌다. 그러나 네번째 대재앙이 종식된 직후 당시 피르무스 교단의 본산이 푸른 벼락에 전소하는 사건*이 있어 교세가 크게 꺾였다. 이후 수 많은 신전이 사라지고 케네비라스 소재의 하나만이 남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력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으나 현신한 피르무스를 앞세웠던 이전과 달리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를 볼 수 없었다.
비 관계자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아르센은 셀리오스로 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신전에서 보냈다. 주 일과는 행정업무. 전소 사건 이전에는 신전의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으나 이후에는 매 생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조금씩은 손을 댄 듯 하다.
*아르센의 폭주로 신전의 부지가 전소한 사건. 천운이 따랐는지 사건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는 적었다. 유일한 사망자는 아르센의 법적 자식이었던 교주로 추정된다. 삼일 밤낮으로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승되며, 오늘날 탄의 인간들이 신에 대한 두려움을 배울 때 빠짐없이 언급되는 사건. 이 사건을 기준으로 아르센은 푸른 낙뢰를 자의로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푸른 낙뢰의 관측은 곧 그의 탄생이다.
그리고
[순례자 아르센]
제 10 대재앙 소멸 이후에도 여느 때 처럼 재앙을 구축하였다. 신들에게 목격된 마지막 전투는 안정기에 접어든 LL6050년. 그러나 그 이후 신들과의 연락을 끊고. 신전에도 발걸음 하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던 그이니, 인간들의 입장에선 별 달라진 것이 없는 셈.